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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동산 일기

노화

by 정가네요 2020. 8. 2.

*

아내가 백내장 수술을 했습니다.
양쪽 눈을 동시에 하여서 앞을 볼 수 없게 되어
평생 처음으로 내가 아내에게
한 끼 밥을 떠 먹여 주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로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신체도 일종의 기계이니
어차피 오래 되면 낡을 수밖에 없습니다.
온전한 모습으로 끝까지 쓸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 중에 백내장은 대표적인 신체 노화현상으로
수술은 수정체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라 합니다.

 

백내장 수술은 그나마 쉬운 편이어서
그 다음 날 바로 퇴원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이
백내장 수술로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합니다.
1년에 무려 60만 건이나 된다고 하니
하루에 1,600명 정도나 수술을 하는 거지요.

 

제가 늙는 걸 가장 먼저 실감한 것이 눈이었습니다.
20년 전쯤인 40대 후반에 가까운 농협에 갔다가
문득 고객을 위해 창구 앞에 놓아두었던
돋보기 3개 가운데 하나를 들고 써 보았습니다.
아, 그랬더니 글씨가 훨씬 또렷이 잘 보였습니다.

 

그날 바로 안과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주 간단히 ‘노안입니다.’라고 하더군요.
제 생애 가장 실망이 컸던 일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집안 곳곳에 돋보기가 생겼습니다.
안방에, 거실에, 컴퓨터 앞에, 직장 사무실에...
그러다가 다초점안경을 맞추어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다초점안경은 처음엔 조금 어질하고 불편하지만
며칠 지나니 적응이 되어 무척 편리했습니다.

 

신체의 노화를 얘기하는 건 참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슬프지만 받아들여야지요.
조심조심하면서 적응하며 사는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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