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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동산 일기

난 할아버지와 결혼할 거야

by 정가네요 2018. 12. 2.


*


무슨 이야기 끝에

딸이 손녀를 빨리 시집보내야겠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딸은 28살에 결혼하여

취직 공부를 한다고 서른셋에 아이를 낳더니

제 딸은 빨리 결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아이구, 우리 수연이 시집갈 때까지 내가 살겠나?"

했더니 손녀가 대뜸

"할아버지 죽으면 안 돼요."


"사람은 누구나 다 나이 많으면 죽는 걸"

"안 돼요. 일 많이 하지 말고 오래 살아야 해요."

그러고는 금방 울상이 된다.

"할아버지 일 많이 안 해. 운동삼아서 적당하게 하는 걸"

"난 할아버지하고 결혼할 거야."


"할아버지는 다 늙었는데 잘 생기고 젊은 총각하고 결혼해야지."

"머리 염색하면 젊어지잖아요. 난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


"머리 염색하면 젊어져?"

"예, 머리 염색하고 100살까지 살아요."


"아이구, 우리 수연이 때문에 정말 오래 살아야겠다

근데 우리 수연이는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난 판사 할 거예요."


"왜?"

"판사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구별해서 벌 줄 수 있잖아요."

"그렇구나. 그러면 할아버지는 우리 수연이 판사될 때까지 살게."


우리 손녀가 시집가고 판사 되는 것 보고 죽으려면

내 나이 90 넘게 살아야 할 텐데

그때까지 살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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