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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저도 술을 빚을 수 있을까요? - 막걸리

by 정가네요 2018. 5. 9.

<펌>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FST/290089/view


[생각의 숲] 저도 술을 빚을 수 있을까요?

 : 2018-05-04. 농민신문


“저도 술을 잘 빚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편의점에서든 음식점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굳이 술을 빚으려 하는 이유는 뭘까?
‘좋은 술을 잘 선택해서 마시면 될 텐데 왜?’라고 궁금해할 수도 있다.

의외로 술은 쉽게 빚을 수 있다.
특히 막걸리는 한민족이 주도적으로 마시는 술 중에서 가장 쉽게 만들 수 있고, 가장 빠르게 완제품에 도달하는 술로 평가된다.
포도의 수확기를 기다려서 빚는 와인, 2시간은 족히 센 불로 끓여야 하는 수제맥주,
맑은 술을 얻기 위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일본 사케, 증류와 숙성이 필요한 중국 백주에 견주면
막걸리는 가정에서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샐러드나 겉절이와 같은 편안한 알코올 음료다.

술빚기의 절차를 봐도 간단하다.
솥에 지은 밥 1㎏에 생막걸리 한통(750㎖)과 생수 한통(500㎖)을 붓고,
시장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밀누룩 한장(800g)의 4분의 1인 200g 정도를 넣어 잘 버무린 다음
아파트 실내(20℃ 안팎)에 10일쯤 내버려두면 먹음직한 막걸리가 된다.
이때 생막걸리 한통을 쓰는 것은 활성화된 효모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고, 초보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막걸리 빚기 체험을 진행하는 어느 게스트하우스 대표는 간편하게 <햇반>으로 시연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밑술용으로 생막걸리를 쓰지 않고 직접 효모를 활성화시킨 밑술을 만들어 덧술로 한다면 선수급이 된다.

완성된 막걸리는 원주로, 알코올 도수가 15도쯤 되니 그대로 마시면 쓰고 독한 기운이 돈다.
그래서 탄산수 또는 과즙을 타서 마시면 다양한 막걸리맛을 즐길 수 있다.

완성된 막걸리가 쓰거나 신맛이 돌 수 있는데, 그 이치는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쓴맛은 알코올 기운과 곡물의 겉면에서 오는 맛이고, 신맛은 누룩 속의 발효균에서 오는 맛이다.
처음 한모금에 시다고 느껴지는 맛도 두세모금 맛보면 평이해지는데, 이는 젖산과 구연산에서 오는 풍미로 즐길 만하다.
시중의 단 막걸리가 감미료에서 오는 것이라면, 단맛에 무조건 끌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굳이 술을 빚어 마시는 이유를 대라면 몇가지를 꼽을 수 있다.

만들기에 취미가 있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면,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은 무감미료 막걸리의 순수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텃밭이 있어 술의 원료가 되는 곡물이나 과일을 수확하고 있다면,
내 이름을 단 음료 하나를 만들고 싶다면, 새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술을 빚어볼 만하다.

빚은 술을 누구와 함께 어떻게 마실 것인가?
그 해답을 찾으면 소박하지만 의미 있고, 웃음 가득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선택한 재료로 신선한 맛을 내고, 친구나 이웃과 그 맛을 나눌 수 있으니,
손쉬운 막걸리 빚기는 공동체 생활인이 갖춰야 할 기본 솜씨다.

- 허시명 (막걸리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