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http://v.media.daum.net/v/20170827145401178?d=y
[인구 5000만 지키자] [르뽀] '고령화 1위' 마을 가보니
- 중앙일보. 2017.08.27
철원군 근북면 유곡리, 한낮에도 인적 없어
20년 전 문닫은 학교는 외지인용 글램핑장
주민 사망 늘면서 빈집만 7채, 청년회장도 공석
"밤엔 정말 조용, 이러다 우리 마을도 사라질까.."
노인 50% 넘는 마을 전국 17곳, 10년 전엔 4곳
빈집 늘고 자연 감소 확연..'동네소멸'로 나타나
충남 서천도 70대 이장에 방치된 폐가 다수
여건 나은 도시도 고령화에 따른 문제 빈발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평생을 웃게 해 줄게요…."
지난달 중순 강원도 철원군 근북면 유곡리. 주민등록인구가 109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 가수 싸이의 노래 '연예인'이 울려 퍼졌다.
휴전선과 맞닿은 지역이라 인근 군부대에서 대북 방송으로 매일 가요를 튼다.
싸이 노래가 끝나자 토이의 '뜨거운 안녕'이 곧바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노래 가사와 마을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흥겨운 노래를 듣는 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이라곤 하지만 인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어린이 놀이터는 텅 비었고, 골목에는 노인용 보행 보조기만 덩그러니 있었다.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라 더울 때는 집 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석호(76) 이장은 "할머니들이 봐주고 있는 초등학생 셋이랑 나이 예순인 아저씨 하나 빼고는 다 노인이다.
여긴 70~80대 정도는 돼야 노인"이라고 말했다. 이장 집 바로 맞은편엔 예전 초등학교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줄면서 20년 전쯤 폐교된 채 방치돼왔다.
그러다 2015년 서울시가 텐트를 설치하고 건물 내부를 리모델링하면서 '글램핑장'으로 용도를 바꿨다.
하지만 젊은 외지 사람들이 차로 놀러 왔다가 바로 가기 때문에 마을과의 교류는 전혀 없다고 한다.
장영자(74) 할머니는 "이 마을에는 젊은 사람은 없고 전부 노인네만 바글바글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죽는 걸 조심해야 할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실제로 '고독사'에 따른 빈집 문제는 현실이 됐다. 이 마을에서도 혼자 사는 주민이 숨지면서 버려진 빈집이 7채까지 늘었다.
마을에 있는 집 60채의 10%를 넘는 수치다.
자녀가 있어도 굳이 들어와서 살지 않고 집을 그대로 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마당엔 잡초가 무성하고, 비닐하우스와 유리창이 망가진 집들이 눈에 쉽게 띄었다.
유곡리는 근북면에서는 유일한 '리'이다. 처음부터 활기 잃은 모습은 아니었다.
주민이 한창 많을 때는 170명 가까이 됐다. 초등학교에도 학년마다 적어도 한명씩은 있었다고 한다.
다른 마을에서 흔히 보는 '청년회장'도 맡을 사람이 없을 정도다.
파프리카 농사 등 허드렛일을 돕는 건 젊은 주민 대신 몇몇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반면 사망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근 4년 새 6명이나 숨졌다.
그러다보니 고령화 마을 곳곳에선 폐가 방치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빈집은 2005년 72만여호에서 2015년 106만여호로 46.9% 나 늘었다.
지난해만 4명이 숨졌지만 마을에 전입해온 사람은 3년간 두 명에 불과하다.
70대가 '청춘'인 상황에서 청년회를 꾸릴 생각은 꿈도 못 꾼다.
이장도 70대가 맡은 지 오래됐다. 연중 유일하게 붐비는 때는 명절이다.
이 마을 역시 빈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미 폐가가 된 지 오래라 거미줄이 군데군데 쳐져있었다.
집 안은 쓰레기로 가득 했고 문은 부서져있었다.
구도심인 이 곳은 오래 전에 지은 집이 많은 '달동네'에 속한다.
그러다보니 재개발을 해야 하지만 저소득 노인들이 싼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숨지는 사람도 많이 나오면서 빈집이 10여채에 달하지만 쉽게 철거되지 않아 '폐가'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 지원 등 각종 복지 제도도 시행하지만 벅찬 상황이다.
철거 비용과 복잡한 소유관계 등이 얽히면서 자진 철거가 어려운만큼
이행강제금 부과·징수나 직권 철거를 가능케 하고 빈집 실태조사도 3년마다 실시하도록 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저출산·고령화 속도라면 한국이 지방소멸로 가는 길은 일본과 거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중앙 정부는 소멸 위험도에 따라 정책 지원을 차등화하고
지방의 작은 지역들은 ‘중핵도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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