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00791.html
[유레카] 가을 전어 / 백기철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기~여차 노를~ 저어라/ 오늘~날은 어디 가며는/ 장원헐꼬…”
전남 광양 진월면에 전승되는 전어잡이 노래의 일부다. 광양 전어잡이는 6명씩 탄 두 척의 배가 새벽 썰물이면 짝을 이뤄 바다로 나가 그물을 함께 들어올리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경남 사천의 갈방아 소리는 전어잡이 그물에 물을 들일 때 하는 소리이고, 광양의 전어잡이 노래는 선창을 오가며 부른다.
전어가 8월 중순 남해안에서 잡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가을이 온 것이다. 서해안에선 8월 말이 돼야 전어를 잡는다. 전어는 봄에서 여름까지 산란을 마치고 충분한 먹이를 먹으면 두툼해지면서 씹히는 맛과 고소함이 더해진다. 난류성 어종인 전어는 주로 남해안에서 잡혔는데 수온이 오르면서 서해안이나 동해안에서도 잡힌다.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하며 서울에서 파는데,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모두 좋아해 사는 이가 돈을 생각하지 않아 전어(錢漁)라고 했다”고 적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큰 놈은 한 자 정도로 몸이 높고 좁으며 검푸르다.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했다. ‘봄 멸치, 가을 전어’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말이다’ 등의 속담은 전어가 맛있는 제철음식임을 표현한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전어의 내장 중 구슬처럼 생긴 부분을 ‘밤’이라 부르는데 젓갈을 담는다. 전어 밤은 한 마리에 하나밖에 나오지 않아 귀하다. 전어밤젓은 경상도 이름이고 전남 동부에선 돔배젓, 전남 서부에선 전어창젓, 전북에선 곰뱅이젓이라 부른다.
전어회는 1990년대 초만 해도 경상도와 전라도 바닷가에서 주로 먹었다. 전어는 배에 오르면 금방 죽는다. 2000년대 초 전어를 수족관에서 보관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양식도 이뤄지면서 수도권 일대에서도 전어는 가을이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해마다 전어철이면 전국 각지에선 풍성한 전어축제가 열리곤 한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 2006. 9/21
‘가을 전어’의 인기가 치솟는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도 있지만, 어디 고소한 음식이 전어뿐이랴. 오히려 제철 음식을 요란하게 소개하는 언론 보도가 가을별미를 찾도록 부추긴 면이 없지 않다.
전어의 생태를 보면 가을 전어가 맛있는 이유가 있다. 전어는 6~7월 내만으로 돌아와 알을 낳은 뒤 겨울에 대비해 플랑크톤과 유기물 펄을 마음껏 먹어 살을 찌운다. 따라서 바깥바다로 나가기 직전인 9월 전어의 몸에는 지방질이 가장 많다. 그렇다고 해도 칼로리는 100g당 126㎉로 높지 않고 칼슘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다. 일찍이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가을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말”이라고 했다.
전어의 몸값을 올리는 덴 공급 부족이 한몫한다. 올해 어획량이 적은 이유로 국립수산과학원 자원연구팀 최광호 박사는 8월까지 연안의 수온이 낮아 어장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수온이 정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전어는 왜 오지 않는 걸까. 그는 조심스럽게 남획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어는 고등어나 오징어처럼 먼바다를 회유하는 어종이 아니다. 기껏 수심 50m 이내의 연안을 오갈 뿐이다. 그만큼 남획에 취약하다. 통계수치도 불길하다. 전어 어획량은 1960년대까지 연간 1천t도 되지 않았다. 어민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다가 고급어종이 안 잡히면서 1980년대엔 1만6천여t까지 올랐다. 그러나 2001년을 고비로 곤두박질해 2002년엔 약 2천t, 지난해엔 양식을 합해 6천여t으로 늘었지만 공급부족 사태를 겪었다.
수족관에서 전어는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멋지게 뻗어 있는 등지느러미 끄트머리와 졸린 듯한 기름눈꺼풀, 그리고 아가미 옆에 연지처럼 찍힌 검은 반점을 보아주는 것은, 맛있는 횟감을 제공한 전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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