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기가 조금 늦었지만 마늘을 한번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고구마를 캐낸 고랑을 다시 손질하여 흙덩이를 깨고 높이를 낮추고 퇴비를 듬뿍 넣었습니다.
가까운 지역 구성에서 나온 좋은 마늘을 한 접 구해서 어제 저녁에 손질해 두었지요.
책에 보니 마늘은 지역성이 있어 그 지역에서 나온 게 좋다고 하더군요.
심는 방법은 텃밭지기님이 공들여 만든 책 <텃밭백과(들녘)>를 보고 거기에 나온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깊이 5cm 정도, 사방간격 10cm 정도로 540개 정도 심었으니 5접 생산이 제 목표입니다.^^*
봄이 되면 마늘쫑도 뽑아 먹고 고급채소인 마늘잎도 뜯어 먹고 할 겁니다.
이제 왕겨를 구해서 덮어주면 되겠지요.
90개씩 7고랑을 심었으니 540개, 생산목표는 5접입니다. 꿈이 야무지지요?^^*
*
어제는 창고에 갈무리해 두었던 구근 식물들을 꺼내 모두 심었습니다.
수선화, 튤립, 크로커스를 심었습니다.
튤립은 별로여서 심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있던 거라 아예 두어 품종을 더 구해서 함께 심었습니다.
여기도 두껍게 왕겨를 덮어줄 작정입니다.
왕겨를 덮으면 겨우내 보온도 되고 봄에 나오는 풀도 막을 수 있어 1석2조입니다.
위의 것이 튤립, 아래 박스에 들어 있는 것은 수선화와 크로커스. 양파망에 들어 있는 것은 새로 구한 푸른 튤립.
*
참고로 '텃밭백과'에 나오는 텃밭지기님의 마늘 재배일지 끝부분을 여기에 옮겨 보겠습니다.
한 편의 수필 같은 글입니다.
농사 실용서에 이런 글이 나오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텃밭지기님은 참 재밌는 분입니다.^^*
------
나 어릴 때는 풋마늘을 뽑아 양념장을 만들어 콩나물밥을 많이 비벼먹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멀리 있는 마늘밭에 가서 풋마늘을 뽑아오라 하셨다.
뽑아온 풋마늘을 정리하고 속껍질을 벗겨 건네주면 잘게 썰어 간장에 넣는다.
그리고는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려 양념장을 만든다.
뜸이 드는 솥을 바라보며 한없이 침을 삼키며 기다렸다.
그 양념장이 남으면 김을 구워 밥을 싸 먹는데 그게 또 아주 맛있다.
지금도 그 맛이 그리워 풋마늘을 조금씩 길러본다.
마늘은 아주 귀한 양념이기도 했다.
작은 마늘을 까서 도마 위에 올려 다지고, 그걸 추어탕에 넣어 먹는 것이 어린 내가 아는 유일한 마늘 이용법이었다.
비 온 뒤에는 동생과 함께 나가 미꾸라지를 잡았다.
그걸 손질해 끓인 추어탕에 빠지면 안 되는 양념이 다진 마늘, 다진 고추 그리고 초피가루다.
그때는 마늘을 함부로 못 썼다.
작은 마늘을 까는 것도 일이고, 손질해 다져놓으면 조금만 넣으라고 눈치를 받는 귀한 양념이었다.
요새 추어탕 집에서 중국산인지 국산인지도 모르는 마늘 다져진 것이 종지에 가득 담겨져 나오는 걸 보면,
예전에 눈치 보면서 조금씩 넣어 먹던 마늘이 생각난다.
'정가네동산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씨를 나누었습니다. (0) | 2011.10.23 |
---|---|
산책길을 만들었어요! (0) | 2011.10.21 |
강아지들 세상나들이 (0) | 2011.10.19 |
땅 파기, 그리고 또 묻기 (0) | 2011.10.14 |
아주 작은 비닐하우스 만들기 (0) | 2011.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