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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생활의 달인

by 정가네요 2010. 12. 29.

 

조금 전에 '생활의 달인'이란 티비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연말 특집으로 '올해 최고의 달인'을 뽑아 상을 주는 순서가 있었어요.

 

첫째 대상자는
온 가족이 모두 공병을 수거하여 분류하는 일을 하는 가족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 그리고 딸...

놀라운 것은 그 딸이 학교 생활기록부의 장래 희망직업란에
자기의 직업을 당당히 '고물상'이라고 썼다는 겁니다.
그래서 고물상을 하고 있는 아버지가 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자기가 정말 아버지를 존경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참으로 훌륭하고 예쁜 딸이지요?

 

둘째 대상자는
바닷가에서 하루에 8시간씩 칼로 미더덕의 껍질을 벗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추운 날에도 손가락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장갑도 끼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몇십 년 동안 계속된 칼질로 상처 투성이의 손가락은 퉁퉁 부었고
엄지손가락은 닳아서 지문조차 없었습니다.

 

그 분의 아들이 올해 서울대학에 합격을 했는데
아버지가 '아버지는 아들의 거름이 되어야' 한다고 하니
그 아들은 아버지의 뜻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열매를 맺겠다'고 대답하더군요.

 

셋째 대상자는
냄새나는 재활용 쓰레기더미 속에서 페트병을 골라내는 분이었습니다.
쉴새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페트병만을 아주 요령있게 골라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집에서 50분이나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었습니다.
버스를 탔더니 냄새난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
운동도 할 겸 기꺼이 걸어다닌다는 거였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이 셋째 아줌마를 '올해의 최고달인'으로 뽑았습니다.
그 분에겐 상패와 꽃다발, 그리고 고급 승용차가 상품으로 주어졌습니다.

 

이 사회에는 우리가 기꺼이 '달인'이라 이름붙여 줄 만한 사람들이
곳곳에 수없이 많이 숨어 있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이 분들 덕택에 그래도 세상이 아무 탈없이 돌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진정으로 우리가 존경할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이 프로를 보면서
몇 해씩 재수를 거듭하며 오직 사무직만을 희망하는
요즘의 젋은이들을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정말 직업 교육을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딸아이도 지금 공무원이 되고자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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