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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모음

<펌> 우리 제주에서 살아볼까 딱 한달만

by 정가네요 2014. 8. 1.

 

<펌>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649137.html -  2014.07.30. 한겨레

 

제주의 자연과 축제는 특별한 계획 없이도 하루를 꽉 채운다. 펜션 레이지마마에서 아이와 제주에 한달살이하는 가족들(가운데 사진)과 게스트하우스 계란후라이에서 만난 한달살이 여행자들. 왼쪽부터 김세중, 이유리, 김석훈씨.(오른쪽 아래)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제주에서 한달 살기
3박4일 여행으로는 아쉬움이 더 크다. 그렇다고 삶터를 완전히 옮길 엄두는 나지 않는다.
양쪽의 아쉬움을 털기 위해 딱 한달, 제주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빈둥거림의 행복을 누리는 최고의 시간과 장소다.

“이게 공벌레예요.”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에 있는 펜션 ‘레이지 마마’ 앞마당에 들어서자마자 5살 유환이는 방문객의 손바닥에 공벌레를 한 움큼 털어주었다. 한달살이 전문 숙소인 이곳 분위기는 투숙객 대부분이 아침 일찍 나가면 비어버리는 다른 곳과는 좀 달랐다. 10명 남짓한 아이들은 눈뜨자마자 마당에 모여 오전 내내 마당에서 벌레 잡고 뛰고 구르며 자기들끼리 놀았다. 유환이는 엄마와 제주도에서 한달 살기 위해 서울에서 왔다. 유환이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은 다음날도 또 그다음날도, “별다른 일정 없이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긴장하는 생활의 버릇을 털기엔 일주일 휴가는 모자란다. 그렇다고 아예 옮겨 사는 것은 무리다. 1년에 딱 한달을 제주에서 보내는 ‘제주 한달살이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 있는 가족들
방학 때 몰리고
30~40대 독신들
휴직이나 퇴직 후 찾아와
한달살이용 임대시장 성장
게스트하우스 호핑족도 많아

6살, 5살 아들을 둔 이주영(35)씨는 2년 전 나온 책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전은주 지음, 북하우스)를 보고 별러왔던 계획을 올여름 드디어 현실로 옮겼다. “아이가 생기고 한번도 낮잠을 자본 일이 없어요. 첫째와 둘째를 차례로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면 도서관, 미술학원 보내고 운동시키고 늘 프로그램을 짜서 살았죠. 1년에 한달만이라도 스케줄 없이 살고 싶었어요.” 마침 이씨의 친구 김정희(37)씨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6살 딸과 4살 아들을 데리고 한달 동안 레이지마마에 살러 온 김정희씨는 “맛집과 관광지만 찍고 들르는 여행과는 달리 한달살이는 아이도 어른도 자유로움을 느끼는 여행 방식”이라고 말한다. 2012년 9월 제주로 이주한 레이지마마의 주인 이연희씨는 올 7월 한달살이 경험을 모아 책 <엄마랑 아이랑 제주에서 한달>(미디어 윌)을 냈다.

 

지난해부터 제주에는 한달살이 전문 숙소가 급히 늘어나고 있다. 2013년 2월 장사가 되지 않아 비어 있던 펜션을 빌려서 한달살이용 숙소로 개조한 레이지마마가 문을 열었다. 6가구가 살 수 있는 이곳은 적어도 석달 정도 전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2013년 여름 제주시에 지어진 씨앤하우스는 24가구 8층짜리 소형 아파트 건물이다. 김현철씨는 1년치 월세를 미리 내는 제주도 풍속을 좇아 값싸더라도 편히 임대해볼 생각으로 이 건물을 지었다. 그런데 임차인들이 죄다 한달살이만을 원했다. 한달씩 임대해온 것이 벌써 1년, 올해 9월까지 한달살이 예약이 모두 찼다. 그는 올겨울 아예 한달살이용 전문 숙소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한달살이는 제주 임대 시장의 풍속도를 바꾸어놓았다. 네이버 카페 ‘제주도 좋은 방 구하기’(http://cafe.naver.com/landjeju1) 공동 운영자인 소망공인중개사 김미경 소장은 “6월이 되면 제주도에 한달 살 집이 있는지 묻는 전화가 하루 10통 넘게 온다. 공인중개사들은 이를 ‘효리 효과’라고 부르는데, 가수 이효리씨나 장필순씨 등의 제주살이를 보며 갖게 된 ‘우리도 한번쯤 제주에서 살 수 없을까’라는 로망이 ‘한달살이’라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듯하다”고 했다. 아이를 데리고 제주에서 한달을 살려면 임대료를 포함해 최소 150만~2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올해 아이를 데리고 한달 살러 내려온 이주영·김정희씨는 벌써 내년 한달살이를 위한 적금을 다시 붓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달살이는 일생에 한번이 아니라 매년, 가끔의 방식으로 정착되고 있다.

 

제주에 한달살이하는 가족들의 모습.

 

가족뿐 아니라 홀로 제주에서 한달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 소장은 “1, 2월이나 7, 8월엔 아이들 방학을 맞아 한달살이 하러 오는 가족들이 많지만 다른 달에는 혼자 오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 오는 사람들 중엔 40대 여자가 가장 많고,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 오는 30~40대 남자들이 그다음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제주시에 있는 오피스텔 건물 메르헨하우스도 한달살기 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숙소다. 근처 부동산에선 “900가구 정도 되는데 혼자 제주에 내려온 회사원이 가장 많고 그다음은 가족 단위로 와서 묵는다”고 했다.

 

소설을 쓰며 등단을 준비하는 이진영(33)씨는 올해 3월 혼자 메르헨하우스에서 한달살이를 했다. 이씨는 “말수를 줄여야 글이 나올 것 같아서 제주로 갔다. 한달 반 남짓한 기간 동안 절반은 여행하고 절반은 작업을 했는데 그냥 목적 없이 가기엔 두달은 너무 길고 한달이 딱 적당할 것 같더라”고 되돌아본다. 한달 여행자를 여럿 만났다는 이진영씨는 “게스트하우스에 가면 회사를 그만두고 쉬러 온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육지에서 만났더라면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 이런저런 잣대를 들이댔을 텐데 제주에선 제주가 좋아서 왔다고 하면 그걸로 충분했다”고 한다. 매일 돈을 받는 게스트하우스는 원래 ‘일수 숙소’라고 불렸지만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다른 게스트하우스로 옮겨다니며 한달씩 머무는 20대 중반의 호핑족들이 많아지면서 이 가운데에는 아예 하루 4시간씩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숙식을 제공받고 여행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계란후라이에서 만난 20대 젊은이들도 비슷했다. 이곳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김석훈(19)씨는 군입대를 앞두고 제주로 왔다. 대안학교 교사가 되고 싶은 그는 “집에 있었으면 낮에는 아르바이트 하고, 밤에는 게임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제주에 온 덕분에 나중에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요양센터에서 7년을 일해온 이유리씨는 7월7일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로 왔다. “외국여행보다는 안전하고, 육지보다는 여유롭다. 그러면서 새로운 인연을 맺는 두근거림이 있다”는 것이 이씨가 말하는 짧은 제주살이의 매력이다. 성산읍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김세중(22)씨는 고향인 경남 사천시 삼천포에서 포장공장에 다녔다. 어느 날 문득 “이 나이에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매일 똑같은 노동을 반복하며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가는 대신 제주행 배를 탔다. “지금 제주는 서울보다도 더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고 했다. 장기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게스트하우스로는 계란후라이 외에도 아프리카, 레프트핸더, 쫄깃쎈타 등이 꼽힌다.

 

제주에서 무엇을 하며 한달을 보낼까? 한달살이 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아무것도 계획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유리씨는 “처음 왔을 땐 너무 불안해서 노트북 컴퓨터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여행 계획도 짜고 영어공부도 했다. 일주일이 지나면서 비로소 이 여유로운 자연과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뭐하고 있나 싶어졌다. 여기는 내려놓는 곳”이라고 했다. 레이지마마의 이연희씨는 “인생의 전환점은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낼 때 찾아왔다”며 “빈둥거림의 미학을 실천하기엔 제주만한 곳이 없지 않으냐”고 되묻는다. 제주에서 한달살기는 빈둥거리기를 제대로 실천하는 시간이다.

 

제주/글·사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이연희 제공

 

 

손바닥만한 바닷가, 오일장 싱싱한 채소 머무니까 보이네

등록 : 2014.07.30 19:25수정 : 2014.07.31 22:21

 
소풍처럼 한가하고 따사로운 제주의 아트마켓은 제주 이주민들의 모임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조천읍 신흥리 카페 프롬제이가 여는 장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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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제주에서 한달 살기
한달생활자나 장기여행자들이 누릴 수 있는 제주의 작고 아름다운 즐거움들

요즘 슬로푸드처럼 천천히 한 여행지를 맛보는 상주형 여행이 많아지면서 여행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그런데 특별한 일정도 없이 오래 머무르는 여행이라면 자칫 지루하지 않을까? 제주 상주형 여행 경험자들이 추천하는 한달살이만의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들이 있다.

제주 농작물과 특산품을 살 수 있는 함덕 오일장.

 

오일장 대 아트마켓

제주에서 혼자서 한달살이를 해본 이진영씨는 좋았던 것 중 하나로 ‘장보기’를 꼽는다. “제주의 참맛은 흑돼지나 해산물이 아니라 당근이라는 사실을 오일장에서 처음 알았다. 여행자들은 보통 대형마트를 들르는데 제주산 농작물은 오일장이 훨씬 싸고 신선하다. 당근이나 양배추 같은 신선한 채소들을 그날그날 사다가 아무것도 넣지 않고 갈고 볶기만 해도 맛있다”는 경험이다. 제주시민속오일장은 끝자리 2일, 7일인 날에, 한림오일장은 4일, 9일에 열리는 등 장터마다 열리는 날이 다르다.

 

현지인들의 장터가 오일장이라면 제주 이주민들의 장터인 벼룩시장도 새롭게 뜨고 있다. 가장 오래된 벼룩시장인 이중섭 거리 아트마켓(매주 토·일요일)을 비롯해 이효리·장필순도 물건을 팔러 나타난다는 애월읍 장전리의 반짝반짝 착한 가게(매달 주말 중 1일), ‘육지 것들의 아지트’로 떠오른 세화리 벨롱장(매달 5일·20일), 서귀포시 보목동 포구에서 열리는 섶섬 구두미 플리마켓(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대평리 소소장(매달 첫째 주 토요일) 등 주말이면 제주 어디선가는 아트마켓이 열리고 있다고 봐도 틀림없다. 올해 6월부터 가게 앞에서 아트마켓을 열어온 엉터리공방카페 마농 이선경 대표는 “지난해부터 갑자기 아트마켓이 늘어나더니 지금은 몇개인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며 “육지에서 제주로 건너온 작가, 공방 주인, 예술가들이 많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고 풀이한다. 손으로 만든 공예품, 작품, 소장품이 대부분이며 도깨비시장처럼 2~3시간만 잠깐 여는 곳이 많기 때문에 미리 시간을 확인하고 찾아가야 한다.

구좌읍 평대리 포구 옆에 3~4명 정도가 모여 놀기 좋은 작은 해변이 있다.

 

손바닥만한 해변들

12곳 지정 해수욕장만이 바다가 아니다. 제주시 쪽만 해도 월정, 하도, 종달, 모진이 등 해수욕장으로 지정되지 않은 바닷가들이 조용하고 깨끗한 제주의 바다를 제대로 느끼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관광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제주다운 바다는 더 깊이 숨었다. 구좌읍 평대리에는 손바닥만한 모래사장이 있다. 한두 가족 정도가 물놀이하기 딱 좋은 이 해변 바로 옆에는 대여섯척 배를 댈 만한 작은 포구가 있다. 포구라지만 작은 물고기들이 들락날락할 정도로 물이 맑아 동네 청년들이 다이빙하거나 스노클링하는 곳이다.

 

서귀포 사계리 형제섬이 보이는 바다도 지역 주민들이 즐겨 수영하는 곳이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지나치기 쉬운 작은 모래사장은 오고 가는 길이 모두 아름답다. 파도가 거세서 서퍼들이 좋아하는 이곳은 조금만 나가도 수심 10m가 넘어 헤엄을 잘 치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책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달 살기>를 쓴 전은주 작가는 애월 한담공원 근처 작은 모래밭을 추천한다. 멀리서 볼 땐 검은 바위밖에 안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한나절 보내기에 충분한 작은 해변이다. 또 “제주가 너무 빨리 변한다 싶을 땐 법환리 바닷가로 가야 한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리조트가 들어서는 제주에서 아직도 옛날 마을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설문대어린이도서관.

 

동네 도서관

전은주 작가는 상주형 여행자답게 제주의 일상을 즐기는 방법으로 제주의 작은 도서관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을 권한다. 전씨는 “책을 냈을 때는 한라도서관 등 조망이 좋은 큰 도서관을 추천했는데, 그 뒤 다시 가보니 제주시 설문대 어린이도서관처럼 작은 도서관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제주시 연동 삼무공원 안에 자리잡은 설문대 어린이도서관은 1998년에 생겨났지만 최근 갑자기 외지인으로 붐빈다고 한다. 제주도민뿐 아니라 누구에게든 도서를 대출해주기 때문에 한달살이 하는 사람들이 이용하기 좋다. 여름방학엔 예술캠프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와 제주의 자연을 탐험하는 ‘악당 개미 탐험대’ 같은 프로그램이 열린다.

제주에는 40곳이 넘는 크고 작은 도서관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작은도서관협회 송봉선 국장은 한달살이 하는 사람들에게 금릉꿈차롱 작은 도서관과 보목꿈터 작은 도서관을 추천한다. 관장부터 사서까지 시인들인 금릉꿈차롱 작은 도서관에선 제주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서귀포 올레길에 있는 보목꿈터는 도서관 가는 길이 즐거울 만큼 오가는 길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

 

나만 아는 오름 풍경

한라산을 중심으로 360개의 오름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를 길게 여행한 사람들은 꼭 제주엔 자신만의 오름이 있다고 주장한다. 게스트하우스 계란후라이를 운영하는 강희(33)씨는 오름에 빠져서 제주에 터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추천하는 오름은 올레길 1코스에 있는 알오름. 10분만 오르면 갑자기 눈앞이 탁 트이면서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번에 보인다. 새벽 일찍 길을 나서면 섬과 봉우리 사이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끈’은 제주말로 작다는 뜻이다. 입장료를 내는 유명한 오름보단 작은 오름이 각별할 때가 많다. 강희씨는 아끈다랑쉬오름은 가을에 오를 것을 추천한다. 9월부터 10월까지 한달 동안 사람 키를 넘겨 자라는 억새들이 바람에 흔들릴 무렵엔 가슴이 울렁거리는 풍경을 빚어낸단다.

 

책 <제주 버킷 리스트 67>을 쓴 이담 작가는 보름달이 뜨는 맑은 날이면 송당 동쪽에 있는 다랑쉬오름에 올라 꼭 달맞이를 해볼 것을 권한다. “저 둥그런 굼부리에서 솟는 쟁반 같은 달은 송당리가 아니면 볼 수 없다”고 했다.

 

 

[매거진 esc] 제주에서 한달 살기

한달 생활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숙소다. 어떤 숙소를 구하느냐에 따라 생활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주 시내에서는 씨앤하우스, 메르헨하우스, 풀하우스 등이 단기 임대가 잦은 오피스텔, 아파트 건물이다. 네이버 카페 ‘제주도 좋은 방 구하기’(cafe.naver.com/landjeju1), 다음 카페 ‘제주도에서 한달살기’(cafe.daum.net/Olle) 등에서 집주인과 직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아이를 데리고 한달을 살려면 다른 학교에서 일정 기간 수업받는 것을 인정하는 위탁교육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방값이 오르는 방학 성수기를 피하는 방법이다.

자동차에 짐을 싣고 배를 타느니 짐은 부치고 비행기를 타고 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 많은 짐은 어떻게 보낼까? 한달살이를 해본 경험자들의 말은 “의외로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진영 작가는 “다시 한달살이를 한다면 긴 우산 대신 접는 우산을 쓰고,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겠다”고 했다. 레이지마마에서 온 한 한달살이 손님은 “정 필요하면 사서 쓸 요량으로 아이들 옷만 가지고 왔는데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고 했다.

 

실제 한달 주거비용은 150만~200만원 정도지만 항공료나 다른 비용을 합치면 한달살이 하는 데 드는 돈은 후딱 늘어나게 된다. 아이엠피터라는 블로거는 “외식이나 관광지를 버리라”고 충고한다. 제주도에서 지내다 보면 수확중인 밭에서 버려진 흠 있는 채소들을 주워 그날 밥상에 올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단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법을 알게 되는 것, 이것이 제주를 장기 여행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남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