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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 글

시어머니와 며느리 / 거울

by 정가네요 2013. 2. 20.

 

*

나이 지긋한 여자 탤런트가 쇼 프로그램에 나와서

며느리와 자신이 '아들을 나누어 갖는 사이'라고 했다.

듣고 있던 사람들이 맞아 맞아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어느 나라 어느 시절 이야기인가 싶게 나는 놀랐다.

수십 년 전 신혼 때 일이 떠올랐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네 남편의 뼈와 살과 피는모두 내 것이다'라며

당신의 가슴을 손으로 마구 치는데 어리둥절했다.

입으로는 네 네 그렇지요 하면서도 영화나 소설을 보는 것처럼 낯설게 시어머니을 구경했다고나 할까.

격정적으로 나를 겨냥해 토로하는 말인데도 남의 일처럼 실감이 나지 않앗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아들이라는 남자를 나누어 갖는 사이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그렇게 믿고 싶을지 몰라도

어떤 여자도 자신의 남편을 그의 어머니와 나누어 가져야만 한다면 결혼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몸과 마음만이 아니다.

부모의 돈은 자식과 나눌 수 있지만 자식의 돈은 아내와 나누지 부모와 나눌 수 없다.

다른 유언이 없는 한 부모의 재산은 자동으로 자식에게 가지만

자식의 재산은 결혼한 이상 부모에게 가지 않는다.

법적으로 그헣다.

좋은 뜻에서 아들을 나눈다고 했어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역사적, 사회적, 생물학적, 가족적, 경제적, 인간적 의미는

아주 많은 갈등을 내포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명절 뒤끝이 긴 며느리였던 시절을 떠올리며

딸이었던 시어머니들이 세상을 바꾸는 세상을 꿈꿔 본다.

 

- '명절 뒤끝, 며느리 뒤끝' / 김선주 칼럼 - 한겨레(2013. 2/13)

 

*

<정관정요>는

당 태종과 신하들의 대화를 토대로 하고 있으나.

사실상 태종과 신하 위징, 두 사람의 문답집이라고 할 수 있다.

태종은 자신에게 온갖 직언을 마다하지 않은 충신 위징이 죽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하게 할 수 있고,

고대 역사를 거울삼으면 천하의 흥망과 왕조 교체의 원인을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나의 득실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

나는 일찍이 이 세 종류의 거울을 구비하여 나 자신이 어떤 허물을 범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였다.

지금 위징이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으니, 거울 하나를 잃은 것이다!" 

 

- '박근혜의 거울'은 몇 개인가?  / 오태규 - 한겨레 '아침햇살' (201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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