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운영하는
인터넷의 Daum 카페, '바람재 들꽃'의 첫 화면 제일 꼭대기에는
'뭇 생명들의 가치는 똑같습니다'라는 글귀를 써 놓았습니다.
요 근래 그 글귀의 뜻을 실감할 수 있는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그리고 <까막딱따구리 숲>이 바로 그것입니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식물생리학을 전공한 김성호 교수가
운명적으로 만난 새 한 쌍 때문에 휴직까지 해 가면서 기록한 빼어난 자연관찰일지입니다.
유년시절 시골 외가에서 자연과 더불어 성장하였다는 지은이가
틈이 나는 대로 카메라를 챙겨들고 다니다가 우연히 둥지를 짓는 큰오색딱따구리 한 쌍을 만나
50일 동안 동이 트기 전의 어두운 시간부터 다시 어두움이 내린 시간까지 숲에 있으면서
600미리 망원렌즈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번식의 모든 과정을 기록한 책이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입니다.
둥지를 짓는 과정부터 짝짓기, 알품기, 새끼기르기,
그리고 어린 새들이 자라 둥지를 떠나기에 이르기까지를
300여 장의 생동감 넘치는 사진과 함께 기록해 놓은 조류 관찰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동고비는 무려 80일간,
까막딱따구리는 2년에 걸쳐 여섯 달 동안이나 관찰하여 기록한 생명의 숲 이야기가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이고 <까막딱따구리 숲>입니다.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권도 놓치기 아까운 책이지만
한 권만 추천한다면 저는 <동고비와 함께한 80일>(김성호/지성사/28,000원)을 권하겠습니다.
동고비 암수가 만나 새끼 동고비 8마리를 무사히 키워 날려보내기까지의 생생한 기록은
정말이지 우리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는 보기 드문 자연다큐멘터리입니다.
처음에 딱따구리의 빈 둥지를 차지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싸우는 동고비들의 모습부터
진흙을 날라 딱따구리의 둥지를 리모델링하여 새 둥지를 마련하는 동안의 암수의 역할 분담,
둥지의 주인이었던 청딱따구리와 진박새의 진입을 막아내는 장면들,
알 낳기와 알 품기, 새 생명의 탄생과 눈물겨운 먹이 나르기...
동고비와 숲속의 다른 생명들을 바라보는
애정이 어린 지은이의 시선을 조용히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 새끼들과 어미가 모두 떠나버린 은단풍나무의 빈 둥지를 바라보며
가슴 먹먹해하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해가 바뀌고 동고비의 둥지가 있던 곳을 또다시 찾아간 지은이가
다른 동고비 암수의 번식과정을 통해 그 전해에 보지 못한 동고비의 짝짓기 과정을 보기도 하고
암수의 모습이 똑같아서 구별하기 어려웠던 것을 재확인하는 열정과 끈기를 보면서
자연에 대한 한없는 사랑에 그저 감탄하고 존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저자의 신념처럼
'무릎을 더 크게 굽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들꽃을 바라보고
날아가는 새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길로 좇는' 자연관찰자가 된다면
이 땅의 모든 생명체들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한번씩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부터는 <곤충의 밥상>(정부희/상상의숲/45,000원)을 읽으려고 합니다.
------------------------------------------------------------------------------------------------------------------------------
* 책 속에서...
지구촌에는 매일 140종 정도의 생명체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매일 한 종의 생명체가 우리 곁을 영영 떠나는 멸종의 길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우리가 다 알지 못하거나 혹 무심코 지나쳐서 그렇지
생태계를 이루는 생명체들은 모두 피하거나 끊을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한 종의 멸종은 필연적으로 다른 종의 소멸로 이어지며, 그 순서의 끝이 아닌 어디쯤에
결국 우리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p.102~)
오목눈이가 암수를 합하여 오늘 먹이를 나른 횟수는 총 247번입니다.
먹이는 주로 애벌레였으며, 한 번에 한 마리를 물어 올 때도 있으나
2~3마리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으니 평균해서 2마리의 애벌레를 가져오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몇 번의 착오는 있을 수 있으니 250번이라고 하면
오목눈이가 하루에 새끼를 키우기 위해 잡아 오는 벌레의 수는 약 500마리가 됩니다.
또한 오목눈이가 어린 새를 위해 먹이를 나르는 기간을 20일로 잡으면
오목눈이 한 쌍이 4마리의 어린 새를 키우는 데 약 1만 마리의 애벌레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숲이 건강해야 곤충도 있고 새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보다 더 아찔한 것은 만약 숲에 새가 없다면 숲은 어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p.150~)
지난 며칠은 하루에 먹이를 나르는 횟수가 230번에서 245번 사이였습니다.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서 하루에 암수가 먹이를 나르는 횟수를 240번이라고 하겠습니다.
(동고비 한 쌍이) 먹이를 하루에 12시간 정도에 걸쳐 나릅니다.
1시간에 암수 합하여 20번 정도 먹이를 나르는 셈이 됩니다.
각자 1시간에 10번 먹이를 나르는 꼴입니다. 6분에 한 번입니다.
며칠 전부터는 한 번에 평균 3마리 정도의 애벌레를 잡아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배설물이 생기면 그때그때 처리해야 합니다.
먹이를 구하러 나섰다 돌아오기까지의 동선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200미터 정도는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암수 각각 하루에 24킬로미터를 비행해야 합니다.
숨이 막힐 노릇입니다. 지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p.224~)
'좋은 책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 (0) | 2012.03.25 |
---|---|
홍영녀 할머니의 글을 다시 만나다! - 엄마 나 또 올게 (0) | 2012.01.09 |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0) | 2011.10.27 |
[스크랩] 텃밭백과 - 텃밭 가꾸기의 모든 것 (0) | 2011.10.08 |
오랜만의 여유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0) | 2011.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