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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정말 갑자기
몇 년 동안 써 오던 지하수의 양이 뚝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래서 여차저차 샘(우물)을 새로 하나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5t짜리 굴착기가 들어와 지하 100m 이상 깊숙히 암반을 뚫고 맘껏 지하수를 퍼 올렸으면 좋겠는데
골목이 좁은 탓에 겨우 1t짜리 딸딸이가 들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하 15m쯤에서 단단한 암반층이 나왔는데 이틀 동안 24m를 파더니 가망이 없다며
지하수업체 사장님은 야박하게도 그냥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10원도 안 줬습니다.
사흘째 되던 날에 다른 업체 사장님이 와서 장소를 옮겨 다시 팠는데
이번에도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고 두 식구가 겨우 쓸 수 있는 만큼 나왔습니다.
마을 사람들 말을 들으니 '못골'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예전부터 물이 귀했다고 하네요.
모터를 설치했지만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결국 새 모터를 구해 걸고서야 물이 나왔습니다.
오늘 오전 11시경에 6일 만에 새로 샘물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틀어 놓았지만 아직 앙금이 나와서 언제 저 물을 먹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시골에 들어오면서 3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첫째가 '길'입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확보되지 않는 맹지를 구해서는 안되겠지요.
좁지만 우리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확보되어 있었고 들어온 후 좌우의 길을 모두 포장했습니다.
시골사람들은 뜻밖에도 땅에 대해서는 조금도 양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둘째는 '물'입니다.
당연히 마실 물이 확보되어야 하고 거기에 계곡물이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지요.
우리집은 산자락이어서 마실 물이 귀한 곳이라 평생 물을 절약하며 살아야 합니다.
계곡이 없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모두 다 갖출 수는 없겠지요.
셋째는 '산'입니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려고 시골에 들어왔으니 당연히 산이 있어야지요.
우리집은 동네 끝 모롱이를 조금 돌아서 있고 사방으로 산이 둘러싸고 있으니 그야말고 최고의 조건입니다.
바로 앞에 있는 산이 좀 가깝긴 하지만 집을 남향으로 짓다보니 그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산의 주인은 모두 도시 사람들이지만 그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자유와 권한은 저한테 있지요.
소위 말하는 '차입경관(借入景觀)'이 좋은 곳이 집터의 최적지랍니다.
저는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일주일 동안 이웃 텃밭의 지하수를 끌어와 쓰느라 불편해 죽을 뻔했습니다.
저 물이 이제 아무 탈 없이 몇십 년 동안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물'이 최고로 귀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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