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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를 국민의 뜻대로 하라 / 권용우

by 정가네요 2009. 11. 29.

세종시를 국민의 뜻대로 하라 / 권용우 - 성신여대 교수·도시지리학 
  
 
동서고금의 수도는 ‘정치적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과거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가 그랬다.


현대의 독일은 ‘표’로 대변되는 국민들의 여론을 중시했다. 2차대전 후 베를린은 수도의 기능을 잃었다. 서독은 새로운 수도로 남부독일의 시골도시 본을 정했다. 그러나 법으로 ‘통일이 되면 수도를 베를린으로 옮긴다’고 몇 차례 합의했다. 1989년 통일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본이 크게 발전하여 남부독일의 중심지가 됐고, 베를린으로 행정기능을 모두 이전하면 본을 중심으로 한 남부독일이 무너질 수 있었다. 독일 국회는 국민여론을 존중했다. 국민들은 베를린과 본 두 곳의 행정도시가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국민들의 대의기구인 국회는 표결로 2극형 수도 베를린과 본을 선택했다. 베를린과 본은 직선거리로만 600㎞에 이르러, 서울과 세종시 거리 120㎞의 5배다.

 

여러 나라의 수도 결정에서 공통된 핵심 포인트는, ‘수도를 정할 때까지는 무성한 논쟁이 진행되나 일단 국민적 합의에 의해 수도가 정해지면 상황이 바뀌더라도 거의 번복된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2009년 세밑 국민적 논쟁 대상인 세종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대답은 명백하다. ‘국민의 뜻’인 원안대로 하면 된다. 그 논거는 세 가지다. 첫째로 세종시는 균형발전의 선도도시다. 세종시 건설의 명분은 균형발전이고, 이는 실정법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들어 있다. 이 법에 따라 누대에 걸쳐 세종시 예정지에 살던 토박이들까지 떠나야 했다. 세종시에 9부2처2청이 간다는 것을 전제로 정부 산하기관 40여개, 연구기관 17곳이 함께 간다.

 

똑같은 논리로 전국에 10개의 혁신도시가 들어섰고 그곳에 정부 산하기관 140개가 옮겨간다. 만일 세종시에 중앙부처가 가지 않으면 산하기관이 갈 명분이 없어지며, 이는 10개 혁신도시에서도 유사한 현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함께 태어난 ‘형제’ 같은 존재다. 세종시는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도시이기에, 정부에서 추진하는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와는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둘째로 자족기능은 처음부터 기본전제다. 세종시의 토지이용을 100%로 했을 때 도시 한가운데 대공원을 포함해 공원녹지가 52.8%이며, 도로 등 공공용지가 12.9%다. 나머지 34.3%는 주택·상업·산업·유보지 등이므로 필요하다면 토지용도를 바꿔 얼마든지 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다. 이곳에서 교육·과학·기술·비즈니스·저탄소 녹색산업을 키우면 된다. 이것은 2006년 11월 나온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계획’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이다.

 

셋째로 행정 비효율은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다. 비효율로 꼽는 거리문제는 교통체계 개선으로 해결될 수 있다. 조만간 세종과 서울 그리고 전국은 녹색교통인 고속철도로 이어진다. 세종시 광역권 안에 오송역과 동공주역이 들어서 서울역과 용산역이 30분 이내로 연결된다. 현재 과천에서 광화문이나 여의도를 가는 것보다 더 가까울 수 있다. 더욱이 전국적인 접근도 면에서는 세종시가 서울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이미 도입된 화상회의는 훨씬 더 일반화할 것으로 예견된다.

 

‘행정도시특별법’은 2002년부터 수백명의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의 목표로 만들어 2005년 국회에서 여야의 ‘국민적’ 합의 아래 제정된 실정법이다. 2009년 현재 세종시 건설예산 22조5000억원 가운데 24%인 5조4000억원이 집행됐다. 국민의 결정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뒤집을 수 없다.

 

- 한겨레(2009. 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