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팔꽃 전설
옛날 중국에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화공이 있었습니다.
화공의 부인은 세상에 둘도 없는 미인이었습니다.
그는 부인을 몹시 사랑했고 부인도 남편을 무척 사랑했습니다.
둘은 행복하게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마을의 원님은 마음씨가 아주 나쁜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화공의 부인이 아주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음흉한 생각을 품은 그는 밤낮으로 화공의 부인을 잡아 올 방법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부인을 잡아 들일 마땅한 구실이 없었습니다.
생각 끝에 그는 엉터리 죄를 뒤집어 씌워 부인을 잡아 오라고 명령했습니다.
부인이 너무 예쁘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터무니없는 이유였습니다.
원님이 부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과연 미인이었습니다.
원님의 입은 함지박만하게 벌어졌습니다.
"소문대로 과연 미인이로구나. 너는 오늘부터 나의 수청을 들도록 하여라."
그러나 절개가 곧았던 부인은 원님의 요구를 한 마디로 거절했습니다.
"저는 이미 남편이 있는 몸이므로 원님의 요구라 해도 수청을 들 수는 없습니다."
"쉽게 승낙할 수는 없겠지. 좀더 생각해 보아도 좋다."
"아닙니다. 아무리 그러셔도 제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 보아라. 그러면 앞으로 정말 호강하게 될 테니…."
감언이설로 부인을 달래고 위협하던 원님은 한결같은 부인의 대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습니다.
"저 계집을 우리 마을에서 제일 높은 성의 꼭대기 방에 가두어라!"
부인은 조그만 창문 하나만 뚫려 있는 어두컴컴한 성의 꼭대기 방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억울하게 갇힌 부인은 눈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한편 졸지에 아내를 뺏긴 화공은 원통해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외롭게 지내는 아내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거의 미칠 지경이 된 화공은 며칠 동안 방에 틀어박혀 온 힘을 다해 아내의 초상화 한 장을 그렸습니다.
화공은 그 초상화를 가지고 부인이 갇혀 있는 성으로 달려갔습니다.
화공은 높은 성벽만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그 그림을 성벽 아래에 묻고서는 결국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죽은 것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날부터 아내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내는 며칠 동안 계속해서 꿈을 꾸었는데 그의 남편이 매일 꿈에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잘 지냈소?
나는 매일 밤 당신을 찾아 헤매는데
그 때마다 금세 아침이 되어 당신이 잠을 깨는 바람에 할 말을 못 하고 떠나게 되는구려.
하는 수 없이 또 내일까지 기다려야 할까 보오. "
부인은 꿈을 이상히 여기고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살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나팔처럼 생긴 꽃이 성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죽은 남편의 넋이 꽃이 되어 아내를 찾아 오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낮은 곳에서 아침이 될 때까지 아내와 사랑을 속삭이며
아내의 목소리를 좀더 잘 듣기 위해 나팔꽃 모양의 꽃이 되었다고 합니다.
나팔꽃은 지금도 높은 곳으로 향한 그리움을 나타내려는 듯이 위로 감아 올라가면서 핍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도 아내를 만날 수 없었던 그의 남편처럼,
이른 아침에 잠깐 피었다가는 금세 시들어 버리고 만답니다.
'나팔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 결속, 덧없는 사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