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

곰배령

정가네요 2020. 7. 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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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곰배령은
Daum에서 ‘들꽃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저한테는
오래 전부터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드디어 이번에 그 야생화 천국에 올라 소원을 풀었습니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있는 곰배령은
‘곰이 누워서 배를 드러내고 있는 형상’이라 합니다.
산의 높이는 1,164m이지만 주차장이 높은 곳에 있어서
왕복 5시간 정도면 10.5km의 등산길을
누구나 오를 수 있답니다.

 

점봉산 자락에 약 5만 평의 평원으로 이루어진
곰배령 정상에는 철따라 온갖 들꽃들이 피어나기 때문에
이름 그대로 천상의 화원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요.

 

오랫동안 보호구역으로 묶었다가
지금은 하루에 9백 명씩 예약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탐방로를 개방하고 있답니다.
전망대에서는 설악의 대청봉을 볼 수도 있습니다.

 

주차장에 내리니 하늘은 더할 수 없이 맑았습니다.
생태관리센터에서 발열체크를 하고 입산허가증을 받았습니다.
근래에 내린 비 덕분에 계곡물은 시원하게 흐르고
등산길 곳곳에서는 이미 꽃이 다 진 터리풀과 눈개승마,
여로, 속새, 산꿩의다리, 노루오줌, 관중, 박새, 말나리,
동자꽃 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간단히 목을 축일 수 있는 강선마을을 지나면서부터는
더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올랐는데 길가의 땅들을
멧돼지들이 온통 뒤집어 놓았더군요.

 

드디어 정상,
그런데 구름이 끼어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습니다.
곰배령의 맑고 시원한 풍경을 보지 못하는 게 좀 아쉬웠지만
곳곳에 피어 있는 염아자, 둥근이질풀, 참취, 기린초,
동자꽃, 병조희풀, 송이풀, 산꼬리풀, 마타리, 개구릿대 등의
들꽃들에게 위로를 받았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쉼터에 올라
전날 이가본때에서 구한 빵과 커피로 배를 채웠습니다.

 

내려올 때는 몇 번 곰배령에 오른 경험이 있는
양 선생의 권유를 따라 올라온 길로 내려가지 않고
전망대를 지나 피나무 군락지를 경유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아, 곰배령에서는 2시가 되면 무조건 하산해야만 한답니다.

 

반대편 하산길은 계곡을 볼 수 없었지만
여러 가지 나무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주목을 비롯하여 복장나무, 철쭉, 거제수나무, 쉬땅나무,
무엇보다도 다른 곳에서는 거의 만나기 힘든
커다란 피나무들을 많이 본 게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팍팍한 산길을 내려와
드디어 오름길에서 봤던 넓은 계곡을 다시 만났습니다.
바로 계곡을 건너 편한 길로 들어설 거라 생각했는데
근래에 내린 비 때문에 징검다리가 잠겨 건널 수가 없었습니다.
잘 정비된 산길을 따라 내려왔지만
길은 온통 크고 작은 돌로 덮여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에 조금 무리하게 등산을 다닌 결과,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 요즘은 산을 오르지 않다가
큰마음을 먹고 곰배령에 올랐는데...

 

계곡물을 만났다가는 다시 산으로 오르고
또 내려가다가는 또 다시 오르고,
완전히 지칠 무렵이 되어서야 출발지로 돌아왔습니다.
안내했던 양 선생도 징검다리가 물에 잠기는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하더군요.

 

관리센터에서는 하산길에서 내려와 계곡과 처음 만나는 곳에
계곡물을 건너는 작은 다리를 만들어
탐방 인원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도록 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곰배령 답사를 마쳤습니다.

 

7월은 생각보다 들꽃을 많이 볼 수 없는 때였습니다.
기회가 되면 5월이나 8월쯤에 다시 올라
곰배령의 들꽃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곰배령 예약하기)

곰배령 탐방 구간은 길이가 10.5km입니다.
1일 탐방 인원은 산림청의 ‘곰배령 예약하기’로 450명,
그리고 ‘마을대행 예약’으로 450명입니다.
‘마을대행’은 진동리 지역주민의 숙소를 예약하면
자동적으로 곰배령 탐방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지역 주민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곰배령 예약은 경쟁이 심합니다.
‘산림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아래쪽에
‘점봉산곰배령예약’이 있습니다.

 

탐방예정일보다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시작하는데
신청자와 동행자 1명까지만 예약이 가능합니다.
입산 시간 예약은 9시부터 11시까지인데
2시에는 곰배령 정상에서 모두 하산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낼 것을 고려한다면
되도록 이른 시간을 택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아, 신분증도 가져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