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꽃 이야기

불쌍한 우리 민들레

정가네요 2020. 4. 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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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우리 민들레’라고 한 이유는
토종 민들레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노랑민들레는 거의 모두가 '서양민들레'입니다.
불행히도 우리의 토종 민들레는
귀화식물인 서양민들레에 밀려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넓은 땅을 다 놔두고
구석진 땅만 골라서 외로이 피어 있는 게 우리 민들레입니다.
쓰레기장 옆에, 뒷마당 구석에, 메마른 담장 밑에...
서양민들레에 치여 한쪽 구석 땅을 겨우 차지하고 피어 있는
우리 민들레를 보면 괜히 화가 납니다.


벌과 나비가 꽃가루받이를 해 줘야 하는 우리 민들레에 비해
서양민들레는 환경이 나쁘면 제 스스로 꽃가루받이를 하기 때문에
거의 일 년 내내 무섭게 영토를 넓혀가고 있답니다.
서양민들레는 꽃받침(총포조각)이 아래로 젖혀지므로
우리 민들레와 구별할 수 있습니다.


민들레는 뿌리가 굵고 땅 속 깊이 들어가 노란 꽃을 피웁니다.
박토에서도 잘 자라며, 모진 기후 속에서도 잘 자라
'억세고 질긴 생명'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또 꽃을 피울 때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다가
꽃이 지고 씨앗이 다 여물면 꽃줄기를 꼿꼿이 세웁니다.
씨앗을 더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한 민들레의 무서운 본능이랍니다.



(서양민들레)





(흰민들레)




(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