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한 녀석도 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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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부부가 함께 외출을 했다가 들어오니
발발이 한 마리가 우리집 봄이, 강이와 한데 어울려 놀고 있었습니다.
낯선 것이 보이면 새 한 마리만 봐도 미친 듯 짖는 녀석들인데
전혀 낯가림을 하지 않고 태연히 함께 놀고 있는 겁니다.
녀석은 주인이 와도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수컷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지난 해엔 설날에 새끼를 한배 낳고,
추석날 지나 또 한배를 낳아 우리를 고생시켰던 봄이 녀석인데
또 임신을 하면 안 되니 한사코 말려야 합니다.
자칫하면 이번엔 봄이와 강이, 모녀를 한꺼번에 임신시킬 수도 있으니 정말 큰일날 일입니다.
아이구,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잘 생긴 진돗개 수컷 같으면 또 한번 생각해볼 일이지만...
대번에 녀석을 내쫓았지요.
슬금슬금 뒤돌아 보며 녀석은 몹시 서운한 눈치였고 봄이와 강이는 죽으라고 짖더군요.
며칠 뒤에 녀석이 또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한테 들켜 쫓겨나고 말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대문 앞에 심어 놓은 송엽국을 어떤 녀석이 그랬는지 발로 마구 파헤쳐 망가뜨려 놓은 겁니다.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손질을 해 놓았는데
며칠 뒤에 보니 또다시 그렇게 해 놓았고...
어제 아침에 보니 또 그렇게 해 놓았습니다.
아, 이제 알았다. 발발이 그 녀석이 저지른 행동이구나.
암컷을 못 만나게 하는 우리를 약올리느라 그런 행동을 한 게 틀림 없습니다.
약올리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하지만
이 녀석 걸리기만 하면 이번엔 다리 몽댕이를 분질러 놓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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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얘깁니다.
우리 봄이가 말입니다.
지난 해에 장끼를 한 마리 잡아온 우리 봄이 녀석이...
이번에는 고라니 새끼를 한 마리 잡아왔습니다.
어제 저녁에 볼일을 보고 오라고 개 두 마리를 잠시 풀어놓았더니
앞산에 올라갔다가 온 봄이 녀석이 입에 뭔가를 물고 힘겹게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저게 뭘까? 토끼인가?
아이구, 이번엔 고라니 새끼였습니다.
제 덩치만한 녀석을 어떻게 물고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저걸 어떻게 처리할까 하고 봤더니 다행히도 아직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슬그머니 눈을 뜨고서 겨우겨우 일어나
비틀비틀 걸음을 옮겨놓는 것이었습니다.
몇 걸음 옮기고선 마당가의 얕은 도랑에 빠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더군요.
그걸 본 봄이와 강이는 죽으라고 짖고...
종이박스에 녀석을 담아 우리집 개들이 볼 수 없는 곳에 옮겨 놓고선
물을 떠다 줘 봤지만 녀석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고라니가 좋아하는 어린 콩잎을 뜯어줘 봤지만
그것도 헛일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난 뒤 어둑어둑해져서
조금 정신을 차린 녀석을 앞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풀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두어 번 울고선 힘겨운 발걸음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그 부근을 뒤져보았지만
녀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 어미를 잘 찾아갔길 빕니다.
우리 봄이 녀석 정말 웃기는 녀석입니다.
봄이를 준 사람이 우리 봄이에게
사냥개의 피가 섞였다고 하더니 맞긴 맞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