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몽이었어요.^^
조금 긴 얘깁니다.
내가 돼지꿈을 꾸었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많은 분들이 태몽이라고 하셨어요.
그게 정말 태몽이었나 봐요.
봄이가, 우리 봄이가 임신을 했어요.^^
오늘 새벽에도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말도 안 되는 내용이지만 재미로 들으시고 해몽을 좀 해 주세요.
꿈속에... 밤이었어요.
옛날에 내가 살던 집의 모퉁이를 지나가려고 하는데
나보다 앞서 걷던 어린 조카가 앞에 무엇이 있다며 겁을 잔뜩 먹고는 마루 밑으로 숨는 거였어요.
"있긴 뭐가 있어" 하며 조카의 손을 잡고 다시 그곳으로 갔습니다.
방금 전에 그 모퉁이를 어른 두 사람이 지나갔거든요.
그런데 정말 집 모서리에 어렴풋하게
커다란 돼지 한 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겁니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며 계속 쳐다보았더니 신기하게도 그 돼지가 앞발을 번쩍 들더니
천천히, 천천히 예쁜 여자로 바뀌는 것이 아닙니까?
그 순간, 진짜 사람인지 돼지인지 알아봐야겠다며 내가 확 달려들어 냅다 떠다밀고 말았어요.
"왜 그래요. 또 꿈 꾸었어요?"
"에이, 깨우지 말고 그냥 두지. 아주 신기했는데... 확인해야 하는데..."
참 별 이상한 꿈도 다 있지요?
옆지기가 듣더니 그것도 봄이의 태몽이라는 겁니다.
요즘 들어 본디 입이 짧았던 봄이가 신기하게도 뭐든 잘 먹었어요.
어제 낮에 봄이의 목줄을 풀어주면서 보니 갑자기 봄이의 커다란 젖이 눈에 띄었어요.
그러고 보니 배도 많이 부른 것 같았고요.
"아이고, 이거 큰일났네. 봄이 녀석, 새끼를 가졌어"
급히 소리 높여 옆지기를 부르고 확인을 시켰습니다.
지난 번에 15개월 전에 집을 나갔던 우리집 진돗개 가을이 녀석이 돌아왔다고 했지요.
그 가을이가 돌아오고 열흘 뒤쯤 봄이가 발정이 났어요.
가을이가 돌아온 뒤, 가을이를 보기만 하면 으르릉거리던 봄이가 갑자기 친해지기 시작했어요.
아, 아제 옛날 생각이 되살아나서 친해지는 모양이구나 했는데
어느 날부터 두 녀석이 붕가붕가 흉내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경험이 없는 가을이 녀석은 늘 용만 쓰고는 제대로 관계를 못했어요.
어떨 때는 한참 동안 용을 쓰고는 지쳐서 토하기도 하고 헉헉거리며 힘들어하는 게 보기 싫어
그만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묶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개는 임신기간이 2개월 정도라 새끼를 한겨울에 낳을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러던 중에 서너 차례
녀석들을 풀어놓기만 하면 산으로 올라가 몇 시간이 지난 뒤에 돌아온 적이 있었어요.
예전에도 그랬고 가을이 녀석은 15개월 전에 그렇게 집을 나가고 말았더랬지요.
그럴 때는 늘 봄이가 먼저 돌아오고 가을이는 밤이 되어 들어오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아, 얘기가 너무 길어지는데...
가을이는요, 그만 다른 사람에게 주었어요.
가을이가 15개월 만에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오고 난 뒤,
동네 입구에 살고 계신 할머니 한 분이 개를 잃으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우리집 개가 다시 돌아왔다고 하니 우리집까지도 와 보셨던가 봐요.
그 할머니는 이 동네로 이사온 정가네를 가장 잘 이해해 주시는 정가네의 왕팬 할머니셨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가을이를 잃었을 때, 가을이를 잃었다는 소문을 듣지 못하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녀석을 데려다 집 뒤에서 키우셨던가 봐요.
동네사람들도 아무도 몰랐고요.
꽃을 좋아하시는 할머니께 전화를 한 뒤 가을이를 데리고 할머니 댁으로 가니
가을이 녀석이 할머니 앞에 넙죽 엎드리는 거였습니다.
"우리 개인줄 알았더니 풀어놓기만 하면 자꾸 나갔다 들어오는 걸 보니 우리 개가 아닌가 봐요."
할머니는 "에이, 안 줘도 되는데..." 하시면서도 가을이를 받으셨습니다.
그렇게 할머니께 가을이를 돌려드렸습니다.
가을이를 보낸 뒤 옆지기는 '가을이 녀석, 차라리 돌아오지나 말지' 하면서 한동안 무척 심란해했어요.
녀석의 운명이 그런가 봐요.
그러니 가을이가 봄이의 뱃속에 든 새끼의 아빠인가 봅니다.
우리집은 대번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봄이의 집을 조금 더 따뜻한 곳으로 옮겨주고
아내는 저녁이었는데도 당장 시내에 나가 커다란 보온용 매트를 한 장 사왔습니다.
대략 따져 보니 우리가 집에 없는 설 명절 부근에 새끼를 낳을 것 같은데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요?
더구나 이 엄동설한에 말입니다.
아, 옆지기가 그러더군요.
"그 꿈도 나한테 팔 거야?"
"이왕 판 건데 그러지 뭐. 그런데 이번엔 조금 비싸."
아침에 나가면서 2만 원을 주고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