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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새벽 2시, 3시 무렵이면
우리 개 산이가 유난히 심하게 짖습니다.
잠결에 손전등을 들고 나가 보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계속 짖는 개의 눈길을 따라
유심히 살펴 보니 뭔가 움직이는 게 보입니다.
고라니 녀석입니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작은 녀석이네요.
도망가지도 않고 가만히 서서 눈치를 살피는 겁니다.
막 쫓아가면 그제서야 산비탈로 유유히 올라갑니다.
매일같이 나타나는 고라니 녀석들이
여기저기 다니며 온갖 식물에 입을 대고 있습니다.
열흘 전쯤에는 도라지순을 사그리 잘라 먹었습니다.
도라지순이 맛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올해 도라지꽃이 피는 걸 못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엊그제는 꽃이 핀 섬초롱도 모두 잘라 먹었고요.
해마다 연잎이 올라올 때면
연못 속에 들어가 연 줄기를 잘라 먹어서
이미 수련은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올해는 연못 둘레에 미리 철사줄을 쳐 놓았는데
그 줄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연 줄기를 잘라 먹습니다.
이 녀석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요.
집 전체에 울타리를 칠 수도 없고 말입니다.
철이 없는 작은 녀석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이제 막 꽃이 피려는 플록스의 꽃대를 매일 조금씩 잘라 먹고 있습니다.
한 군데 있는 걸 모조리 뜯어 먹는 것도 아니고
마치 맛을 보듯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조금씩 뜯어 먹어요.
아이구, 머리가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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