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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동산 일기

도토리묵 만들기

by 정가네요 2023. 11. 2.

주워 놓은 도토리를 놓고 고민을 한 끝에

결국 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괜한 일거리를 만든다며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방앗간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더니

껍질을 까지 않아도 되니

하룻밤 물에 담근 뒤 물기를 말려서 가져오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빻기 쉬우라고 그런 것 같았습니다.

 

껍질째 3번을 빻아서

무게를 달아 보니 7kg이 되었습니다.

14,000원을 지불했습니다.

이불집에서 천으로 된 자루도 구했습니다.

 

큰 스텐양푼에 물을 받아 자루를 담근 뒤

도토리가루를 통째로 붓고서 조물조물 주물렀습니다.

10분쯤 주물러 나온 전분 물을 다른 양푼에 붓고서

다시 또 자루를 돌려가며 골고루 주물렀습니다.

그리고는 양은양푼에 있던 웃물을 따라내고서

자루에서 나온 전분 물을 보태어 부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차례,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려

한 양푼의 도토리 전분을 만들었습니다.

여러 차례 웃물을 따라낸 건 도토리를 껍질째 빻았기 때문에

혹시나 떫은 맛이 강하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하룻밤을 재운 뒤에 보니 물의 색이 아주 진했습니다.

다시 웃물을 따라내고 새 물을 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가만히 웃물을 따라내고 보니

양푼 바닥에 도토리 전분이 깔려 있었습니다.

 

전분이 딸려나가는 마지막 웃물을 따로 받아두고서

전분 국물을 페트병에 부었더니 2개 반쯤 나오더군요.

다섯 번 정도 묵을 만들 수 있는 양이었는데

그건 냉동실에 따로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묵을 만들 작정입니다.

 

페트병에 넣는 건 방앗간 아줌마에게 배운 것인데

전분을 말리지 않아도 되는 좋은 방법인 듯했습니다.

전분을 말리는 게 제일 힘든 일이거든요.

쉽게 상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따로 받아두었던 웃물 전분으로

저녁에 본격적으로 도토리묵을 만들었습니다.

큰 찜기에 도토리 전분이 눌어붙지 않도록

바닥에 울리브기름을 살짝 두른 뒤

약불에 20 정도 저어 주니 적당했습니다.

마지막에 소금도 조금 넣고 식용유도 조금 넣어 저었습니다.

기름을 넣으면 훨씬 보기가 좋대요.

 

법랑그릇에 부어서 굳힌 뒤 

아침식사에 곁들여 먹었는데

오우, 떫지도 않고 제대로 성공했습니다.

지청구를 주던 아내도 끄덕끄덕했습니다.

도토리묵 만들기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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