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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 장정희 씨의 글을 옮겨 왔다.)
* 오빠를 믿지 말고 '나'를 믿으렴.
과목이 국어이고 문학이다 보니 수업 도중 곁다리로 새나갈 때가 종종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에 대한 작품을 설명하다 성교육까지 하게 되었으니...ㅎ
"결혼 전에 남친과 여행 가도 돼요?"
어쩌다 나온 아이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일제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단순히 여행을 묻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숨을 고른 다음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진짜요?"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뜬 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손만 잡고 자면 괜찮은 거죠?"
아이 하나가 두 눈 찔끔 감고 소리쳤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높아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자는 건데 뭐가 어떠니?"
아이들은 내 말에 오오, 하면서 괴성을 질러댔다.
"따님에게도 그렇게 말씀하실 거예요?"
"물론이지."
그럼 너희들은 여행 가서 손만 잡을 것인지 아니면 진도가 더 나갈 것인지 어떻게 결정할건데?
'오빠 믿지?' 따위의 말? 아서라, 그 순간의 오빠는 자신도 자기를 못 믿는단다.
"그러면요?"
"내가 남친을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내가 가장 잘 아는 거잖아?
그러면 그 다음 단계도 나에게 물어야지.
사랑은 어디까지나 내 감정인만큼 내가 판단해야 한다는 거고.
그러니 내 몸을 사용하는 주체 또한 내 자신이어야 하는 거지."
나는 이때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갖는 육체적인 관계는 영혼에 이어 몸의 소통까지 온전히 이루어보는 기쁨이야.
그러니 헤어져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한 거고,
자신의 판단에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식의 총합이어야 하는 거지.
그 바탕에는 인간의 감정은 바람 불고 물결치는 대로 흔들린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 상대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는 것.
어제는 사랑했지만 오늘은 사랑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것.
인간의 사랑은 영원을 향한 필사의 몸부림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거지.
그러니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오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울먹이거나,
'사랑한다고 했잖아' 라며 배신에 몸을 떠는 찌질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는 거다."
장난하듯 말을 꺼냈던 아이들의 표정이 차츰 진지해졌다.
"남자와 여자의 몸의 구조가 다르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남자는 어쨌든 '치고 빠지는' 몸이거든. 반면에 여자는 언제든 수용하는 몸이고.
자의든 타의든, 사랑을 하든 않든 이 사실은 다르지 않아.
그러므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늘, 항상, 여자의 몸이지.
여자의 몸은 한 생명을 잉태하고 키워내는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우주야.
그런 내 몸을 어찌 소중히 다루지 않을 수 있겠니?
이렇듯 귀한 내 몸의 주인은 나인데 누구한테 내 몸의 결정권, 사용권을 넘길 수 있겠느냐는 거지.
그러므로 유혹의 순간이 오면 물어라. 다른 누구도 아닌 내게 말이다.
'나는 지금 얼마나 간절히 몸의 소통을 원하고 있는지,
이 사람과 온전한 교감을 나누게 될 것이므로 헤어지게 된다 해도 후회하지 않겠는지,
사랑을 경험한 내 몸에게 끝까지 책임을 다할 수 있겠는지.'
그렇게 결정한 '나'를 믿자는 거야.
애먼 오빠만 믿지 말고."
ps: 에고, 숨 차라! 해놓고 보니 '하지 말라'는 말보다 더 무섭네. ㅠㅠ
사진-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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